망상피우기

제자백가는 기본적으로 정치적인 사상이다

파라리아 2011. 3. 27. 00:34


춘추전국시대의 제자백가(諸子百家)들의 사상을 이해하는 데 있어서 그것들을 중국의 통일을 위한 사상적 기반이라는 측면에서 바라보면 많은 재미있는 점들을 발견할 수 있다그런 점에서 제자백가의 사상들은 강한 정치적 색채를 벗어날 수 없었던 것이다제자백가는 어떤 식으로든 정치와 연관되어 있다정치를 부정하는 것까지도 결국 정치와 관련된 사상이다인간의 내면 수행마저도 그 궁극적 목표는 치국(治國), 평천하(平天下)인 것이다이것은 중국 사상의 커다란 특질이라고 볼 수 있을 것 같다그리고 진시황의 천하 통일로 인해 일단 한비자의 법가 사상이 현실적으로 가장 큰 힘을 발휘할 수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그리고 나는 이후의 중국이 근본적으로는 법가 사상의 바탕 하에서 다스려져 왔다고 생각한다법가 사상이 근본이 되고 유가의 덕치사상 등이 보완한 것이다.

 

나는 정치에 관한 한 덕치주의는 하나의 이상일 뿐이라고 생각한다왜냐하면 “다스린다”는 것 자체가 이미 백성보다 위에 있겠다는 것이기 때문이다그것은 곧 권력을 지향함을 의미한다권력이란 그 자체의 속성상 탐욕적일 수밖에 없다권력을 가진 자가 아무리 덕으로 다스린다고 선전해 보았자 그것은 결국 자신의 권력을 안정적으로 유지하기 위한 방편 이외에 아무것도 아니다만일 덕을 베풀지 않고 온갖 전횡을 저질러도 권력이 유지된다면, 권력자는 분명히 그렇게 할 것이다.사람들의 재물을 빼앗고맘에 들지 않는 사람을 죽이며예쁜 여자를 보면 모조리 자기의 침실로 끌어들여 욕을 보일 것이다그러니 권력자가 덕치를 행한다는 것은 참으로 위선적인 선전이 아닌가노자가 말했다.

최고의 덕은 덕스럽지 않기 때문에 덕이 있는 것이고아래의 덕은 덕을 잃으려하지 않기 때문에 덕이 없는 것이.(上德不德, 是以有德, 下德不失德, 是以無德) - 노자 38

권력자는 항상 자신의 덕이 알려지고 칭송되기를 바란다그렇기 때문에 그들은 덕이 없는 것이다.

  

그래서 나는 인()이니()이니 하는 개념들을 강조하는 사상을 싫어한다백성에게 덕과 은혜를 베푼다는 생각 자체는 매우 유치한 것이다그 뒤에는 자신들은 백성들과 다르며 존귀한 존재라는 관념이 진하게 배어 있다그리고 이렇게 자신이 남보다 존귀하다는 생각을 머리 속에 갖고 있는 한 진정한 덕은 가능하지 않으며행하는 모든 것이 위선이 되고 만다유학(儒學)은 기본적으로 이와 같이 사람들 간의 신분을 구별하는(데에서 출발하고 있다세상 사람들은 귀하고 천한 부류가 나누어지며 각 신분 간에는 예()로써 구별되어야 한다는 것이 유학의 기본적인 생각이다참으로 어리석은 생각이며봉건 귀족들의 입맛에 딱 맞는 사상이 아닐 수 없다.

 

진시황이 죽고 나서 반란을 일으켰던 진승(陳勝)이라는 사람은 봉기할 때“왕후장상이 따로 있는 것이 아니다 (王侯將相 寧有種乎.)” 라고 말했다이는 2,300년 전 사람들이 결코 계급 질서를 순순히 인정할 만큼 바보들은 아니었다는 것을 의미한다그 당시의 백성들도 이미 한 나라의 왕이건 가난한 농민이건 인간은 모두 똑같은 인간일 뿐이라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그러나 왕과 귀족들은 자신들의 기득권을 유지하기 위해 그런 평등사상을 드러내 놓고 주장하지 못하게 했기 때문에, 모두들 죽지 않으려면 현 체제에 순응할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 2009년 3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