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픽테투스의 어록인 『ENCHIDRIDION』을 류시화씨가 번역하고 엮은 『삶의 기술』을 다시 꺼내 읽어보았다. 에픽테투스를 다시 읽어보니 명(命)에 대한 장자(莊子)의 생각과 유사한 점이 많다.
에픽테투스는 말한다: 삶에서는 자신의 의지로 바꿀 수 있는 것과 자신의 의지로 바꿀 수 없는 것을 잘 구별해야 한다고. 그래서 자신의 의지로 바꿀 수 없는 것에 대해서는 그 자체에 순응하는 것이 지혜로운 태도라는 것이다. 이러한 명에 대한 순응은 에픽테투스의 사상 전반에 흐르고 있다. 나는 에픽테투스가 매우 지혜롭고 성숙한 사람이었음을 느낄 수 있다. 그는 삶의 핵심을 정확히 파악할 줄 아는 혜안을 지녔다. 그는 사람들의 불행은 지나친 욕심에서 온다는 단순한 - 그러나 좀처럼 깨닫기 힘든 - 진리를 실천하고 가르쳤다.
이것은 인간의 삶의 행복에 있어서 가장 핵심적인 가르침이다. 즉, 지나친 욕심을 줄이고, 마음을 고요하게 비우며, 자신이 어쩔 수 없는 일에 대해 받아들이는 것. 사람들은 이런 가르침을 어릴 때부터 너무나 많이 듣고 읽었지만, 삶에서 실천하는 사람은 매우 드물다. 지나친 욕심은 사람에게 긴장과 스트레스를 준다. 긴장과 스트레스는 곧 신체에 질환을 가져오므로 결국 몸과 마음을 모두 불행하게 만드는 길이다. 욕심을 비우고 마음을 고요하게 하면 몸과 마음이 모두 편안해진다. 내가 억지로 무언가 바꿔보겠다는 생각을 버리고 사물을 '스스로 그러한(自然)' 상태로 내버려두면 그 속에 평화가 있는 것이다. 그것은 곧 노자의 가르침이기도 하다. 나는 에픽테투스를 서양의 철학자 중 드물게 노장 사상을 체득한 사람으로 간주한다. 그래서 서양 학자들마저도 그를 동양의 현자 같은 인물이라고 평가하는 것이다.
- 2009년 3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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