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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펌] 최면 치료하다 15년 강사 자격 박탈당한 정신분석학의 창시자 (프로이트)

파라리아 2013. 9. 21. 12:20

최면 치료하다 15년 강사 자격 박탈당한 정신분석학의 창시자

이준석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카프병원 병원장



"내 아들 슐로모 지기스문트는 1856년 5월 6일에 태어났다. 출생 후 8일째 되는 날에 할례를 하여 유대인의 일원이 되었다."


프로이트(Freud·1856~1939·사진)가 태어났을 때 그의 아버지는 성서에 이렇게 적었다. '지기스문트'는 유대인에게 선정을 베풀었던 폴란드 군주 이름이었고, '슐로모'는 친할아버지 이름이면서 또한 조상 솔로몬왕의 이름이었다. 정신분석학의 창시자 프로이트의 본명은 '지기스문트 슐로모 프로이트'였다.


프로이트는 빈(Wien)의 가난한 게토(유대인 거주 지역)에서 성장했다. 가난했지만 낙천적이었던 그의 아버지가 시내를 걷다가 낯선 기독교인으로부터 "사람 다니는 길에서 나가 유대인 놈아!"라는 욕설과 함께 모자가 흙바닥으로 내팽개쳐지는 봉변을 당했다. "그래서 어떻게 하셨어요?" 사춘기 아들이 묻자 아버지는 "그냥 인도에서 내려와 모자를 주웠지" 하고 답했다. 소년에게 이런 아버지는 영웅적 존재가 아니었다. 사춘기를 보낸 프로이트는 이름을 바꾸었다. '지기스문트 슐로모' 대신에 독일어 발음의 '지그문트'로 개명함으로써 독일식 자유주의자가 되기를 원했다. 하지만 유대인이라는 꼬리표는 평생을 따라다녔다.


생리학자를 꿈꾸던 청년 의사 프로이트는 파리로 연수를 떠났다가 최면 치료를 목격하고 최면 치료자로 인생의 방향을 틀었다. "오늘 점심식사를 할 때 당신은 적포도주를 마시겠다고 청했다가 거절할 것입니다. 그런 다음 가방에 손을 넣어 이 메모를 꺼내 읽을 것입니다." 최면 치료를 못 미더워하는 환자에게 최면의 위력을 증명하기 위해 프로이트는 최면 상태에서 이런 암시를 준 후 메모를 환자의 가방에 집어넣었다. 최면에서 깨어난 환자는 암시했던 바대로 행동했고 메모를 읽은 후 깜짝 놀랐다. '히스테리 연구'에 소개된 에피소드다. 하지만 최면 치료자라는 이유로 무려 15년간이나 빈 대학 강사 자격을 박탈당했을 만큼 당시 빈엔 최면에 대한 거부감이 팽배했다. 1895년에 출간한 '히스테리 연구'는 이런 어려움을 뚫고 낸 책으로, 정신분석의 시발점으로 여겨진다. "증상이 좋아질 것이다"는 단순 암시만을 반복하던 이전 최면 치료와 달리 증상이 생긴 심리적 원인을 탐색하는 새로운 치료법(심리적 분석)을 담았기 때문이다. 프로이트는 이 책에서 "오직 심리적 분석을 수행할 수 있을 때만 영속적으로 증상을 제거할 수 있었다"고 밝혔다.


최면 치료에 열중했지만 정작 최면에 그다지 뛰어난 재능이 없었던 프로이트는 심리적 분석 과정에서 최면을 배제하고 떠오르는 생각을 그대로 말하게 하는 '자유연상'이라는 새 기법을 도입했다. 그리고 자유연상 기법을 꿈에 적용해서 '인간이란 의식에서 접근할 수 없는 무의식 세계에 존재하는 본능적 욕동에 지배되는 비합리적 존재'라는 혁명적 결론에 도달한다. 1900년에 출간된 '꿈의 해석'은 이런 내용을 담고 있었다.


"10분 후 홀트후룬 정차!" 프로이트는 이렇게 시작되는 꿈을 꾸었다. 이미 신사와 숙녀가 자리 잡고 있던 열차 일등칸에 프로이트가 끼어 탔다. 그들은 프로이트를 불청객으로 취급했다. 꿈속에서 다시 꿈을 꾼 프로이트는 꿈속의 꿈에서 그들에게 복수했다. 자유연상을 통해 자기 꿈을 분석한 프로이트는 어린 시절 부모의 침실에 들어갔다가 아버지에게 혼나고 오줌까지 지렸던 기억을 떠올렸다. 결국 꿈속의 꿈은 아버지를 제거하고 어머니를 차지하려는 오이디푸스적 바람을 상징했다. 프로이트는 '꿈의 해석'에서 "오이디푸스왕의 운명이 우리 마음을 흔드는 이유는 그것이 바로 우리의 운명이기 때문"이라며 오이디푸스 콤플렉스의 편재성(遍在性)을 주장했다. 이런 주장이 처음부터 반향을 일으킨 것은 아니었다. '꿈의 해석' 초판 350부가 팔리는 데는 6년이 걸렸다. 그러나 프로이트는 포기하지 않고 '무의식'이 인간의 행동을 규정하는 원천이며, '오이디푸스 콤플렉스'가 신경증의 원인이라는 주장을 학문적으로 꾸준히 발전시켰다. 그리고 오늘날 프로이트와 정신분석학은 유대인이나 의학의 범주를 넘어서는 세계 사상의 한 조류가 됐다.


"인간의 이성은 본능적 삶보다 무력하다. 하지만 이성의 목소리는 경청될 때까지 나지막하게 계속된다. 이성의 목소리는 수없이 거부당해도 호응하는 대상을 끊임없이 찾아 나선다." 프로이트의 이 말 속에서 얼핏 반합리주의처럼 여겨지는 정신분석학의 이면에 뿌리박은, 합리적 이성 지향을 엿볼 수 있다. 즉, 정신분석학은 꿈과 판타지의 해석을 통하여 무의식을 의식화하고, 이드(id)가 차지한 자리에 자아를 있게 함으로써 통찰에 도달한다면 좀 더 합리적 인간이 될 수 있다는 뜻을 내포하고 있다.


출처: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13/05/31/2013053103202.htm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