망상피우기

삶은 하나의 기술이다.

파라리아 2011. 3. 27. 00:54

삶은 일종의 기술이다. 삶 자체는 기본적으로 지식일 수가 없다. 우리가 산다고 하는 것을 생각해 보자. 삶은 여러 가지 상황들로 구성되어 있다. 우리는 매번 다른 상황들을 맞이한다. 그리고 그 상황들은 비슷한 패턴을 지니지만 항상 똑같은 모습으로 나타나지는 않는다. 반복되는 패턴은 비슷하지만 세부적인 변수들은 언제나 다르다. 


예를 들면 우리가 활쏘기를 한다고 하자. 활과 화살을 이용하여 목표물에 명중시키는 것은 하나의 기술이다. 이 기술은 뭐라고 명확하게 말할 수 없는 미묘한 것이다. 활쏘기를 잘하기 위해서는 실제로 활과 화살을 갖고 쏘는 연습을 무수히 거쳐야 한다. 이 때 우리는 수많은 시행착오를 거칠 것이고 마침내 크게 신경 쓰지 않아도 목표물을 정확히 맞히는 경지에 이를 수 있다.

이처럼 수많은 연습과 시행착오를 통해 안정된 균형에 도달한 사람은 활쏘기의 기술에 정통했다고 말할 수 있을 것이다. 삶이라는 것도 하나의 기술이다. 삶 역시 안정된 균형에 이르기 위해 수많은 연습과 시행착오를 거쳐야 한다. 만일 뜻하는 대로 안된다면 왜 원하는 결과가 나오지 않는지 원인을 탐구하고, 필요하면 이 기술에 더 정통한 사람에게 자문을 구하기도 해야 한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결국 이 기술에 정통하기 위해서는 자신이 직접 해보는 길을 걸어야 한다는 것이다. 그래서 자신만의 방법을 개발해야 하고 그럼으로써 자신만의 안정된 균형에 도달해야 한다.

따라서 삶은 어떤 이론으로도 규정될 수 없다. 또한 어떤 이론에 맞춰 살아서도 안된다. 활쏘기의 환경이 언제나 변하듯이 삶의 환경도 끊임없이 변하기 때문이다. 활쏘기의 달인은 설령 어떤 책에도 써 있지 않고 아무도 말하지 않은 돌발적인 환경이 주어지더라도 스스로 헤쳐 나갈 힘이 있다. 그는 언어로 규정되지 않는 활쏘기의 미묘함에 통달했기 때문이다. 그래서 어떤 기술을 처음 배우는 사람들은 언제나 특정한 상황에서 어떻게 해야 하는지를 묻지만 고수들은 스스로 판단하고 균형을 찾는다.

초보자는 언제나 묻는다. 활을 쏠 때 바람이 불면 어떻게 해야 하나요, 시위는 어느 정도 당겨야 좋을까요. 만일 달인이 이 질문에 대답해 주면 그 대답은 초보자에게는 지식이 된다. 초보자는 당분간 그 지식에 매달릴 것이다.

그러나 달인에게 있어 그 대답은 자신의 자연스러운 기술에서 나오는 것이다. 그 대답은 결코 하나의 규정된 지식이 아니다. 자신이 활쏘기를 해 본 경험에서 볼 때 그렇게 하는 것이 좋은 결과를 얻는다는 사실을 알고 있을 뿐이다.

삶의 초보자 역시 계속 물을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는 어떻게 해야 하나요. 이렇게 하는 것이 인(仁)에 부합하는 행동일까요? 혹은, 어떻게 하는 것이 무위(無爲)일까요?

삶에 진정으로 통달한 자는 그런 말들에 얽매이지 않는다. 그는 단지 끊임없이 변하는 삶의 환경에서 어떻게 행동하는 것이 안정된 균형을 가져다 주는지를 몸으로 깨달은 사람이다. 따라서 그는 실제 삶의 미묘한 변화에 집중하지 삶을 규정하는 여러 가지 말들에 집중하지 않는다.


- 2004년 8월 5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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