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상의향기

참선 수행 - 숭산스님

파라리아 2011. 4. 28. 23:15


참선이란 순간순간 움직이지 않는 마음을 갖는 것이다. 어려운 것이 아니다. 참선할 때 우리는 몸, 호흡, 마음을 통제할 어떤 기술들을 사용해서 모든 생각을 끊고 본성을 깨닫는다. 참선하면 흔히 방바닥에 양다리를 반쯤 혹은 완전히 꼬고 전혀 움직이지 않는 자세로 똑바로 앉아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물론 그런 자세가 나쁘다는 것은 아니다. 참선은 자세가 중요한 것이 아니다. 순간순간 마음을 어떻게 유지할 것인가가 무엇보다 중요하다. 상황에서 움직이지 않는 마음을 갖는 것이다. 진정한 참선은 앉는 자세가 아니라 마음의 자세이다. 어떤 상황, 조건에서도 움직이지 않는 마음을 갖는 것이다. 


물론 모든 일이 다 그렇듯 처음에는 자세를 바로 잡는 것이 중요하다. 움직이지 않는 마음을 갖고 싶으면 먼저 몸을 지배해야만 한다. 앉아 있는 동안 일정하게 어떤 자세를 유지하는 것을 배워야 한다. 가능하면 다리는 꼬고 등과 머리는 일직선에 놓는다. 눈은 반쯤만 열고 45도 시선으로 바닥을 바라본다. 손은 단전 앞에 놓고 부처님 자세로 오른손을 왼손 밑바닥에 깔고 양 엄지손가락을 맞닿아 둥글게 만든다. 그리고 배꼽 아래 단전으로 천천히 숨을 들이쉬었다, 내쉬었다 한다. 길게 들이쉬고 내쉬고, 들이쉬고 내쉬고, 들이쉬고 내쉰다.


호흡을 통제할 수 있으면 마음을 통제할 수 있다. 천천히 숨을 내쉬고 들이쉼에 따라 생각도 천천히 밑으로, 밑으로 가라앉는다. 에너지가 천천히 배꼽 아래 단전에 모이기 시작하면 생각도 덜 복잡해진다. 참선 수행에서 마음을 두는 곳은 항상 우리의 중심, 즉 단전이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에너지가 머리에 있거나 가슴에 모여 있다. 머리는 지성의 중심이고 가슴은 감정의 중심이다. 머리에 중심을 두는 것은 생각을 복잡하게 하고 에너지를 올라가게 한다. 생각을 머리와 가슴에서 내려놓아라. 단전이 의지와 행동의 중심이 되도록 해야 한다. 생각이 천천히 단전에 모여 안정되면 생각과 감정도 맑아진다. 


그러나 참선이 무조건 이렇게 앉아서 하는 것만을 의미한다고 생각해선 안된다. 순간순간 우주처럼 맑은 마음을 가지면 우리의 모든 활동이 참선이다. 마음이 우주처럼 맑으면 끊임없이 변하는 상황에도 움직이지 않는다. 볼 때, 들을 때, 냄새 맡을 때, 맛볼 때, 만질 때, 생각할 때 모든 것이 참선이다. 운전하는 것도, 테니스를 치는 것도 다 참선 수행이다. 모든 것이 움직이지 않는 마음에 있는 그대로 맑게 반영되기 때문이다. 


'오직 모를 뿐' 모든 것이 명확해진다. 생각을 끊는다는 것은 생각이 일어나기 전의 우리 마음을 깨닫는다는 것을 말한다. 그것이 맑은 마음이다. 맑은 마음이라고 해서 특별한 것이 아니다. 그냥 하는 것이다. 안과 밖에 없다. 안과 밖이 완벽하게 하나가 된다. 운전할 때 그냥 운전하는 것이다. 그것이 운전 참선이다. 먹을 때 그냥 먹는 것이다. 그것이 먹는 참선이다. 


그러나 우리들은 운전하거나 먹을 때 오로지 그것만 하지 않는다. 입으로는 밥을 먹고 있지만 마음은 여기저기를 떠돈다. 여자친구 생각, 남편, 마누라, 시어머니와 싸운 생각, 직장에서 해고되면 어쩌나 하는 생각, 마음은 제주도에서부터 백두산까지 야생마처럼 떠돌아다닌다. 입으로는 음식을 씹고 있지만 생각은 천리를 달린다. 단지 우리가 의식하지 못할 뿐이다. 그것이 바로 생각에 대한 집착이며, 이런 집착이 고통을 만들어낸다. 그러나 순간순간 생각에 매이지 않고 그냥 할 때 모든 것은 이미 참선 수행이다. 


사람들 중에는 몸이 불편해서 참선하기 힘든 경우도 있다. 그러나 그것은 중요하지 않다. 내 제자 중 한 사람은 허리 디스크 때문에 5분 이상 가부좌를 틀고 앉아 있을 수 없었다. 그는 어느 날 나를 찾아와 남들처럼 90일 참선 수행 프로그램에 참여할 수 있는지 물어왔다. 나는 물론 허락했다. 그는 누워서 수행을 했다. 다른 사람들이 모두 벽을 보고 다리를 꼬고 앉아 있는 동안 그는 천장을 쳐다보며 참선 수행을 했다. 다만 나와 면담할 때만 몇 분만 앉아 이야기를 나누었다. 그런 뒤 다시 선방으로 돌아가 누웠다. 


참선 수행이란 이처럼 꼭 반듯하게 앉아서 하는 것만은 아니다. 앉아 있을 수 없다면 의자를 써도 좋고 서서 해도 좋다. 어떤 자세든 상관없다. 가장 중요한 것은 순간순간 움직이지 않는 마음을 유지하는 것이다. 그것이 참선 수행의 진정한 자세이다. 



- 숭산 스님, <선의 나침반>에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