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상의향기

日 조동종대본산 에이헤이지(永平寺)

파라리아 2012. 1. 27. 23:53


日 조동종대본산 에이헤이지(永平寺)
“앉아 있는 그 순간이 부처다”
열도 제일의 묵조선 도량
2004.08.31 10:00 입력 발행호수 : 769 호 / 발행일 : 2004-09-01
도겐선사가 창건…선문답·점검‘활발’

좌선·교학 병행…일반에는 일부 공개


<사진설명>에이헤이지는 800년 역사를 지닌 일본의 대표적인 수행도량이다. 사진은 영평사 입구

일본불교에서 선풍을 드높인 종파로 첫 손에 꼽히는 조동종(曹洞宗). 조동종의 수행풍토를 엿볼 수 있는 곳이 바로 후쿠이현 심산유곡에 자리잡은 에이헤이지(永平寺)다.

에이헤이지는 지금으로부터 대략 760여 년 전인 1244년에 도겐(道元) 선사에 의해 설립된 좌선수행 도량으로 유명하다. 사찰의 삼면이 산으로 둘러싸여 있으며, 심산유곡 도량 곳곳에 70여 채의 전각과 요사채가 들어서 있다. 일본 조동종의 대본산인 에이헤이지는 중국 송나라에서 공부하고 돌아온 도겐선사에 의해 설립되었으며, 조동종이란 이름은 육조 혜능 스님이 주석했던 조계산과 동산양개의 이름 중에 앞 자를 따 붙여 만든 것으로 알려져 있다.

히에이산에서 천태학을 배우고 24세에 스승인 묘센 스님과 함께 송나라에 건너가 천동산(天童山) 여정선사에게서 법을 구한 도겐 선사(1200∼1253년)는 입송 2년 여 만에 법을 인가 받고 4년만에 귀국해 좌선의 의의와 구체적 실천방법, 그리고 공덕 등을 설명한 일본 조동종 종전 『보권좌선의(普勸坐禪儀)』를 저술했다. 이후 조동종 원시승단 완성의 기초를 다지며 제자를 육성하고 재가불자를 포교하던 도겐 스님은 1244년 대불사를 창건해 참선도량으로 발전시켰으며, 1246년 대불사를 지금의 에이헤이지로 개명하고 ‘에이헤이지지사청규’를 제정했다.

조동종 본산을 창건하고 청규를 제정한 도겐선사는 좌선의 실천과 사제교육, 권력의 접근을 부정하고 수증일여(修證一如)의 수선생활 실현을 제창했다. 즉 승려들의 수행생활에 대해 엄격한 규제를 두고 승려에 의한 정치·종교적 타협과 추종을 금지했던 것.

도겐선사에 의해 일본불교에 새로운 선 불교 종파로 등장하며 선풍을 드높인 조동종은 지관타좌(只管打坐)와 즉심시불(卽心是佛)을 종지로 삼고 있다. 지관타좌는 무념의 상태로 좌선에 임하는 것을 이르는 말이고, 즉심시불은 지관타좌의 모습이 자연 그대로의 부처라는 것을 믿고 자각하는 것이다.

이것이 바로 대본산 에이헤이지를 중심으로 전해지는 조동종의 수행관이며 현재도 에이헤이지 스님들은 이 가르침을 따라 좌선을 비롯한 그들만의 수행 길에 나서고 있다. 때문에 에이헤이지에서 이어지는 수행법에는 “일체의 진리가 본래 완성돼 있다(本證自覺)”는 원칙에 입각해 “다만 좌선만 하면(只管打坐), 깨달음이 나타난다(現成公案)”는 가르침이 투영돼 있고, 이에 따라 좌선을 지극히 강조하고 있다.

대본산 에이헤이지를 중심으로 이러한 가르침을 이어 온 조동종은 현재 전국적으로 1만5000여 개의 사찰이 있고, 승려의 수는 대략 2만7000여 명에 달한다. 일본 조동종 승려는 반드시 이곳 에이헤이지와 또 다른 본산인 총지사에서 일정기간 수행을 해야 한다.

영원한 평화를 기원하는 사찰이라는 의미가 담겨 있는 후쿠이현 길상산 에이헤이지(永平寺)에는 창건 이후 역대 주지가 70여 대를 이어왔고, 현재는 200여 명의 스님들이 상주하며 수행하는 도량이다.

<사진설명>에이헤이지는 참배객들이 스님들의 수행을 방해하지 않도록 참배통로를 별도로 두고 있다. 사진은 에이헤이지내 전각
에이헤이지 스님들은 매일 오전 3시 30분에 기상해 오후 9시에 잠자리에 든다. 또 매일 아침과 저녁 예불에 이어 1시간씩 모든 스님들이 모여 좌선을 하는 것이 원칙이다. 이처럼 일상적인 하루 일과를 보내는 스님들은 이외에도 매일 하루 3회의 독경을 해야 하는데 이때의 독경은 관세음보문품, 대비주 등이다. 에이헤이지 스님들은 저녁예불을 마치고 약석이라고 하는 저녁 공양을 한다. 약석이라 불리는 저녁 공양은 일본불교에서 볼 수 있는 정진요리로 어육과 오신채를 사용하지 않은 음식이다. 스님들은 하루 세 번의 독경 외에도 경전과 어록의 학습을 비롯해 각자의 소임에 따라 작무(청소등의 노동이나 작업), 탁발, 신도들을 위한 기도 등을 하게 된다.

에이헤이지에서는 또 매월 치러지는 별도의 의식이 있다. 매월 1·15일에 행하는 의식 가운데 소참이라는 의식이 있는데, 이는 새벽 독경 후에 주지와 수행승 간에 선문답을 나누며 수행정도를 점검하는 의식이다. 또 15·30일에는 오후 4시경에 사찰의 모든 대중이 법당에 모여 1시간 동안 약식으로 포살을 하도록 되어 있다. 한가지 재미있는 의식은 4·9일에 행해지는 삭발과 목욕이다. 삭발은 아침 공양과 청소가 끝난 후에, 목욕은 점심공양 후에 시작한다.

에이헤이지에는 매년 정기적으로 행해지는 연중의식이 별도로 지정돼 있다. 4월 15일∼7월 15일까지 하안거, 10월 15일∼1월 15일까지 동안거를 하는데 이는 우리나라 조계종의 안거와 같은 형식이다. 또 6월 30일에는 대포살회라 하여 주지를 비롯해 전대중이 모여 참회의식을 갖는다. 그리고 12월 8일 성도재일을 맞아 12월 1일∼8일까지 용맹정진을 갖는 의식이 있는데 이를 일러 섭심회(攝心會)라 한다. 수계의식도 연중행사로 치러진다. 4월 23일∼28일까지 1주일간의 수행기간을 거쳐 수계하는 의식이 별도로 지정돼 있다. 뿐만 아니라 안장회라 하여 매년 6월 1일∼21일 조동종 원조인 도겐선사의 저술 『정법안장(正法眼藏)』에 관한 강의를 듣는 의식이 마련되며 이때는 일반 신도도 참가할 수 있다.

에이헤이지는 이처럼 하루 수행, 월별 수행, 연중 수행 프로그램을 별도로 지정해 그 일정에 맞춰 수행의식을 이어가고 있다. 때문에 일반 대중들에겐 수행처 외에 일부 공간만 공개하고 있으며, 참배경로를 만들어 그 경로만을 따라서 이동하도록 방문객의 경내 출입을 제한해 놓고 있다.

에이헤이지는 도겐선사가 개창한 이래 조동종 수행의 근원지 역할을 해 온 수선도량이다. 비록 긴 세월을 거치면서 도겐선사의 가르침에 반해 세속적이고 세간적인 전법이 병행되고 시대와 사회의 요구에 따라 민중화라는 대의명분을 따르기는 했으나, 현재도 소우토우슈우(조동종)의 대본산으로서 승려 육성과 좌선 수행의 근원이 되고 있는 수행도량 면모를 여법히 갖추고 있다. 

후쿠이현=심정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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