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상의향기

벽돌을 갈아 거울이 되겠느냐 - 마조 도일 이야기

파라리아 2009. 6. 7. 14:34

마조(馬祖)는 어린 시절에  고향 근처의 절에 들어갔다. 마조가 계를 받아 승려가 된 것은 스무 살도 되기 전이었다. 계를 받은 그는 남악산으로  가서 홀로 좌선 수행을 했다. 그 즈음 회양은 남악산 반야사에 주지로 있었다. 회양은 만나자 마자 마조가 큰 그릇임을 알아보았다.그래서 화양은 마조가 수행하는 방을 찾아갔다.

 

"이렇게 좌선 수행에 열중하시니, 무엇을 얻으려는 것이요."

 

"불성을 얻으려고 합니다."

 

마조의 대답이였다. 그러자 회양은 벽돌 하나를 집어  마조의 방 앞에 있는 바위에다 문지르기 시작했다. 조금 시간이 흐르자, 마조는 궁금해지기 시작했다.

 

"벽돌은 왜 갈고 계십니까?" 

 

"거울을 만들 작정이오." 

 

회양이 말했다. 재미 있다는 듯이 마조가 말했다.

 

"제 아무리 벽돌을 간다고 해서 그것이 거울이 될 성싶습니까?"

 

그러자 회양이 불같이 받아쳤다.

 

"벽돌 하나가 거울되기도 이처럼 어려운 일인데, 네 녀석 혼자 앉아서 어찌 불성을 얻겠다는 것이냐?" 

 

"그럼 어떻게 해야 합니까?" 

 

마조가 물었다. 회양의 대답은 다음과 같았다.

 

"소 달구지를 생각하거라. 소 달구지가 움직이지 않을 때 너는  달구지를 때리느냐, 소를 때리느냐."

 

마조는 대답하지 않고 가많이 있었다. 회양이 말을이었다.

 

"가만히 앉아 명상에 잠겨 있을 때,너는 참선하겠다는 것이냐. 앉은뱅이 부처를 흉내 내는 것이냐? 참선을 하겠다면 선이란 앉은 데도 눕는 데에도 있지 않다. 부처를 흉내 내는 것이라면 부처에는 고정된 자세가 있을리 없다. 불법은 영원히 움직일뿐, 어디에도 머무르지 않는다. 그러므로 너는 불법이 조금 들어 난다고 해서 이에 집착하거나 이를버려서는 안 된다. 앉아서 부처가 되겠다는 말은 부처를 죽이겠다는 말과 같다. 참선에 집착하면 중요한 것을 놓쳐버릴 수 있다."

 

이 말을 들은 마조는 속이 시원하게 확 뚫이는 것 같았다.

예법에 따라 스승에게 절을 올리고, 계속 질문을 하였다.

 

"형상이 없는 삼매에 들려면 마음을 어떻게 가져야 합니까?"

 

"네 안에 있는 지혜의 길을 갈고 닦을 때, 이는 씨앗을 뿌리는 것과 같다. 그런 네게 이치를 설명해 주면 하늘에서 소나기가 내리는 것과 같다. 너는 즐거이 가르침을 받아 들이고자 하니 곧 도를 볼 수 있으리라." 

 

마조가 다시 물었다.

 

"도라는 것은 색깔도 형태도 없다고 들었는데 어찌 볼 수 있단 말입니까?"

 

"마음에 담긴 진리의 눈으로 볼 수 있다. 그것이 바로 형상 없는 삼매에 드는 일이다."

 

"그렇다면 도는 만들어지거나 부서 질 수도 있습니까?"

 

마조의 물음에 회양은 다음과 같이 답했다.

 

"만들어 지느냐 부서지느냐, 혹은 모이느냐 흩어지느냐의 관점에서 도를 바라 본다면, 진실로 도를 바라보는 것이 아니다. 내 시를 들어라."

 

마음의 밭에는 여러 씨들이 있다.             必地含諸種

반가운 비를 만나면 모두 다 싹틀 것이다.  遇澤悉皆萌

삼매의 꽃은 빛깔도 모양도 없으니           三昧華無相

어찌 부서지고 또 어찌 다시 생기겠는가    何壞復何成

 

이에 이르러 마조는 완전히 깨달아, 그의 마음은 눈에 보이는 세계를 초월하게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