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고스(Logos)라는 개념이 서양 철학과 사상사 전반에 걸쳐서 차지하고 있는 비중은 실로 막중하다. 로고스라는 말은 그리스 정신을 한마디로 대변하고 있을 뿐 아니라, 서양문화를 지탱시켜주는 특징적 개념이다. 이 로고스에 철학적 의미를 처음으로 부여한 철학자는 다름 아닌 헤라클레이토스이다. 헤라클레이토스의 글은 너무나 애매했기 때문에 B.C. 3세기의 티몬은 그를 '아이테크네스', 즉 '수수께끼를 이야기하는 사람'이라고 부를 정도로 그가 사용하는 말들은 무녀가 이야기하는 말투와 같았으며, 예언자적인 경구 스타일을 지니고 있었다. 그는 비유와 은유, 상징 등 독특한 표현법을 많이 사용하였다. 때문에 아리스토텔레스는 그를 논리적 사고를 하지 못하며, 배중률(排中律, principle of excluded middle)을 범하는 철학자로 간주하였다. 그러나 문체상의 애매함은 있지만, 그의 말은 힘이 있고 사람을 끄는 매력이 있었다. 그는 상징적 표현의 의미를 굳이 설명하려고 하지 않았다. 이러한 점을 감안한다면 헤라클레이토스는 논리적이지 못한 철학자라고 볼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를 신화론자나 종교적 예언자라고 부르지 않고 철학자라고 하는 이유는 그가 이오니아의 합리적 정신을 독특한 방식에서 계승하고 있기 때문이다.
헤라클레이토스는 선배 철학자들과는 다른 철학적 사유를 전개한 사람이었다. 그는 이전 철학자들이 생각했던 그러한 아르케(arche, 세계를 구성하는 근본 원질) 를 인정하지 않았다. 그는 만물유전(萬物流轉, panta rhei)을 주장함으로써 불변하는 실체적 존재를 일절 받아들이지 않았다. 그리고 대립과 모순으로 차 있을 수밖에 없는 사변적 사고에 머무르지 않았으며, 현상 세계에서 개념적으로 드러나는 일체의 모순과 대립을 조화와 통일의 시각에서 지혜롭게 파악하고자 했다. 세계가 초월적인 힘에 의존하지 않고 자체적으로 통일을 이루고 있다는 만물일체설이나 만물동근설은 동양철학에서 쉽게 찾아볼 수 있다. 하지만 만물이 조화롭게 하나되어 있음을 합리적으로 설명한 철학자는 헤라클레이토스가 처음이었다.
1. 로고스 (Logos)
헤라클레이토스에게 있어서 '로고스'란 생성을 조종하는 세계의 법칙이다. 로고스는 여러가지 다른 것들에 있어서의 공통적인 것이요, 영원한 생성 속에서 불이 붙었다가 꺼졌다가 하는 정도(degree)요, 신의 법칙이기도 하다. 이 신의 법칙은 모든 것을 다스리며, 인간의 모든 법률도 이것에서 영양을 공급받는다.
만물은 나눌 수 있고 나눌 수 없으며, 태어나는 것이고 태어나지 않는 것이며, 가사(可死)적이고 불사(不死)적이다. 이와 같이 로고스는 영원한 것이고, 아버지는 아들이며, 신은 정의라고 헤라클레이토스는 말한다. '나에게 귀를 기울이지 말고, 로고스에 귀를 기울여라. 모든 사물들이 하나라는 사실에 동의하는 일은 지혜롭다'고 그는 말하고 있다. <단편 50>
비록 이 로고스가 (본래) 존재하는 것이지만, 사람들은 항상 그것을 듣기 전에나 처음으로 들은 후에도 그것을 이해하지 못한다. 왜냐하면 모든 사물들이 이 로고스에 따라 생겨난다고 하지만, 사람들은 내가 각각의 사물을 그것의 본성에 따라서 구분하고, 또 그것이 어떻게 있게 되는가를 설명할 때 그리고 내가 말하고 있는 바와 같은 이야기들과 일들을 그들이 경험할 때조차도 그들은 무지하게 보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다른 사람들은 그들이 깨어 있는 동안에 무엇을 하고 있는지를 잊어버리고 있다. 마치 잠을 자고 있을 때에 그들이 무엇을 하는지를 잊어버리고 있는 것처럼. <단편 1>
예지있게 이야기하려는 사람은, 모두에게 공통인 것에 의해서 뒷받침되도록 하여야 한다. 마치 도시국가가 법률에 의해서 훨씬 더 크게 뒷받침되는 것처럼. 왜냐하면 모든 인간의 법이 하나의 법, 즉 신적인 법에 의해서 만들어지기 때문이며, 그 신적인 법은 그것이 원하는 힘을 지니고 있고, 모두에게 충분할 정도로 퍼져 있기 때문이다. <단편 114>
지혜로운 것은 하나이다. 즉, 모든 사물들을 꿰뚫어 그것들을 지배하는 이치(gnome)을 아는 것이다. <단편 41>
그러므로 공통의 것을 따라야 한다. 비록 이 로고스가 공통의 것이지만 (모든 것에) 많은 사람들은 그들 나름의 개별적인 예지를 가지고 있는 것처럼 살고 있다. <단편 2>
헤라클레이토스는 말하기를, 깨어있는 사람들에게는 하나이며 공통인 세계가 있지만, 반면에 잠자는 사람들은 각기 자신들의 사적인 세계로 나아간다고 한다. <단편 89>
그 누가 결코 저물지 않는 것으로부터 숨을 수가 있을 것인가? <단편 16>
2. '불'의 상징
헤라클레이토스에게 있어서 불이란 이전의 자연철학자들이 생각했던 것처럼 일종의 특수한 물질적인 원소가 아니다. 불은 끊임없이 올라가고 내려가고 하는 영원한 움직임을 상징하는 것이며, 특히 그 정도에 따라 조종되어 올라가고 내려가고 하는 것의 상징이다.
모든 것에 대해 동일한 우주적 질서(kosmos)는 신들이나, 인간 가운데 어느 누군가가 만든 것이 아니다... 그러나 그것은 '이미 존재했었고, 지금도 존재하며, 앞으로도 존재할 영원히 살아있는 불이다. <단편 30>
불의 변화 : 처음엔 바다 그리고 그 다음 바다의 반은 땅이 되고, 그 반은 번갯불이 된다. 그것은 (땅은) 바다로 녹아서 흩어지고 땅이 되기 전에 있었던 바와 같은 동일한 로고스에 따라서 변형된다. <단편 31>
만물은 불과 교환되며 불은 모든 것과 교환된다. 마치 상품이 금과 교환되고 금은 상품과 교환이 되듯이. <단편 90>
'천둥이 모든 것을 조종한다.'.... 그리고 그는 이야기하기를, 그 불은 사려(phronimon)가 깊으며, 만물을 지배하는 원인이라고 한다. <단편 64>
3. 대립자의 통일
헤라클레이토스가 말하는 대립자들의 통일이란 하나의 동일한 대상이 다양한 관찰자들(상이한 관점과 상태에 있는)에 의해서 대립적으로 파악되고 있지만, 실재의 관점 (로고스의 관점)에서 볼 때 대립자들은 언제나 단일성 속에서 유동(流動)하고 있음을 뜻한다.
우리에게 속하는 동일한 것으로는 삶과 죽음, 깨어 있음과 수면, 젊음과 늙음이 있다. 왜냐하면 후자의 것들은 전자의 것들로부터 비롯되었으며, 전자의 것들은 또한 후자의 것들로부터 비롯되었기 때문이다. <단편 88>
좋음과 나쁨은 하나이다.
바닷물은 가장 깨끗하며 또 가장 더럽다. 고기들에게는 마실 수 있으며 따라서 없어서는 안되는 것이지만, 인간에게 그것은 마실 수도 없을 뿐 아니라 해로운 것이기 때문이다. <단편 61>
올라가는 길과 내려가는 길은 하나이며 동일하다. <단편 60>
시작과 끝은 헤라클레이토스에 의하면 원의 주위에서 공통이기[같기] 때문이다. <단편 103>
활에게는 생명이란 이름이 있으나[생명을 보호해 주기 때문에] 그것이 하는 일은 죽음이다. <단편 48>
질병은 즐겁고 좋은 건강을 만들어 주며, 배고픔은 만족을, 피곤함은 휴식을 가져다 준다. <단편 111>
만일 이러한 것들[즉, 악한 상태들]이 없었더라면, 그들은 정의(Dike)라는 이름을 몰랐을 것이다. <단편 23>
헤시오도스는 아주 많은 사람들의 스승이다. 그는 많은 것을 알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그러나 그는 낮과 밤을 잘 알지 못했다. 왜냐하면 낮과 밤은 하나이기 때문이다. <단편 57>
신은 낮과 밤이며 겨울과 여름, 전쟁과 평화, 배부름과 배고픔이다. 불이 향 연기와 혼합되었을 때 각각의 향 냄새에 따라서 이름이 불리는 것과 마찬가지로, 신은 불과 같이 변화한다. <단편 67>
신에게는 모든 것이 아름답고 선하며 공정하다. 그러나 사람들은 어떤 것은 공정치 못하고 또 어떤 것은 공정하다고 한다. <단편 102>
4. 존재자의 통일성을 가능케 하는 내재적 구조
숨겨진 조화(결합)는 나타나 있는 것보다 더 강렬하다. <단편 54>
헤라클레이토스에 의하면, '자연 (진정한 사물의 실질적 구조)은 숨기를 좋아한다.' <단편 123>
그들은 존재가 자신에 관한 다양성에서 어떻게 일치하는지를 이해하지 못한다. 마치 활과 칠현금에서와 같이 대립적인 긴장의 결합이 있다. <단편 51>
5. 변화와 투쟁
헤라클레이토스는 대립자들이 로고스를 통해서 통일성을 갖는다는 점을 말하고 있다. 이 통일성은 불로 상징되듯이 역동적이며, 요소들 사이의 투쟁은 결과적으로 지속적인 것이다. 대립적인 힘들의 연속된 투쟁의 모습은 세계 속의 변화를 설명해 준다. 이처럼 변화는 지속적이다.
전쟁이란 공통의 것이며, 정의는 투쟁이라는 점, 그리고 모든 것은 투쟁과 필연에 의해 생긴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단편 80>
전쟁은 만물의 아버지요, 만물의 왕이다. 때로는 신으로 때로는 인간으로 나타내 보이는데, 종을 만들기도 하고 자유인을 만들기도 한다. <단편 53>
변화함으로써 그것은 휴식을 취한다.
이 단편들에 나타난 전쟁은 세계 속에서 변화와 투쟁의 개념을 나타내기 위한 비유다. 변화는 대립적인 힘들의 작용과 마찬가지로 계속적이지 않으면 안된다. 대립적인 힘들의 활동의 투쟁하지 않는다든가 정지해 있다는 것은 생각할 수가 없는 일이다.
6. 만물유전
아리스토텔레스는 헤라클레이토스 철학과 근본사상으로서 만물은 흐르며 (panta rhei), 아무것도 한결같은 존재로 머물러 있지 않는다란 명제를 전해주고 있다.
동일한 강물 속에 들어가는 사람들에게는 다른 그리고 또 다른 물이 흐른다. <단편 112>
동일한 강물 속에 두번 들어가는 것은 불가능하다. 물은 흩어지고 모이며 서로 만나고 헤어지며, 가까워지고 멀어진다. <단편 91>
태양은 날마다 새롭다. <단편 91>
※ 기타 헤라클레이토스의 단편들
Eyes are more accurate witnesses than ears
Much learning does not teach understanding, or it would have taught Hesiod and Pythagoras, as well as Xenohpanes and Hecataeus.
If there were no sun, there would be night, in spite of the other stars.
It scatters and gathers, it comes and goes.
Let us not make random guesses about the greatest things.
The invisible attunement is superior to the visible.
A dry soul is wisest and best.
Man, like a light in the night, is kindled and put out.
I searched my self.
We ought not to act and to speak as though we were asleep.
Man is called a baby by the deity as a child is by a man.
<참고서적>
1. [서양철학사], 요하네스 힐쉬베르거
2. [서양철학사], 버트런드 러셀
3. [서양철학사], 스텀프
4. [소크라테스 이전의 그리스 철학], 김내균, 교보문고
5. [Hippocrates VOL. IV, Heracleitus on the universe], W.H.S.Jones, Harvard Heinemann
(1997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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