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상의향기

흡연명상 - 금연에 대해서는 잊어라. 그 습관을 명상으로 삼아라.

파라리아 2011. 6. 29. 12:13


어떤 남자가 나를 찾아왔다. 그는 30년 동안 줄담배를 피워온 사람이었다. 그러다가 건강이 악화되었고, 의사는 담배를 끊지 않으면 건강을 회복할 수 없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그러나 그는 담배를 끊을 수 없었다. 물론 노력을 해 보지 않은 것은 아니다. 그는 고통을 참아가며 금연을 하려고 노력했다. 하루 이틀은 그런대로 버틸 수 있었지만 그 후로는 도저히 참기 힘들었다. 어쩔 수 없는 흡연의 욕구가 간단하게 그를 굴복시키곤 했다. 이런 식으로 그는 여러 번 금연에 실패했다. 그리고 이런 실패가 반복되면서 그는 자신감을 잃었다. 담배 하나도 끊지 못하면서 무슨 일을 하겠는가 하는 자책감이 들었다. 자신이 아무 쓸모도 없는 인간처럼 여겨졌다. 그래서 그는 나를 찾아온 것이다.


그가 말했다. 


"어떻게 하면 담배를 끊을 수 있습니까?"


내가 말했다.


"담배를 끊을 수 있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다만 이해하면 되는 것이다. 금연은 지금 당장 결정한다고 해서 되는 문제가 아니다. 흡연 습관은 이미 깊이 뿌리내렸다. 30년이란 세월은 긴 시간이다. 흡연은 그대의 몸 안에, 그대 몸 안의 화학적인 작용 안에 깊숙이 뿌리 내렸다. 이미 온 몸이 그 습관에 깊이 물들어 있다. 그러므로 머리로 결정한다고 해서 되는 문제가 아니다. 머리는 무능하기 짝이 없어서 아무 것도 할 수 없다. 머리는 시작할 수는 있지만 쉽게 중단하지를 못한다. 일단 어떤 일을 시작해서 그렇게 오랫동안 계속해 왔다면 그대는 위대한 요가 수행자가 된 것이나 같다. 30년 동안 흡연 수행을 해오지 않았는가! 그것은 기계적인 습관이 되어 버렸다. 그러므로 그대는 그 기계적인 패턴에서 벗어나야 할 것이다."


그가 물었다.


"기계적인 패턴에서 벗어난다는 것이 무슨 뜻입니까?"


기계적인 패턴에서 벗어나는 것(de-automatization), 이것이 명상의 모든 것이다. 


내가 말했다.


"한 가지 일을 해 보라. 즉, 금연에 대해 까맣게 잊는 것이다. 다른 것은 할 필요가 없다. 그대는 30년 동안이나 담배를 피워 왔다. 물론 그것은 육체를 고문하는 일이었음에도 불구하고, 그런 고문마저 습관이 되어 버렸다. 담배를 피움으로써 몇 시간 더 일찍 죽는다 해도 그것이 그렇게 중요한 문제인가? 만일 담배를 끊고 이 세상에 좀 더 오래 남아 있을 수 있다면 그 시간에 무엇을 할 것인가? 지금까지 그대는 무엇을 해 왔는가? 월요일에 죽든 화요일에 죽든 일요일에 죽든, 또는 올해에 죽든 내년에 죽든 그것이 그렇게 중요한 문제인가?"


그가 말했다. 


"아닙니다. 그것은 별로 중요한 문제가 아닙니다."


내가 말했다. 


"그렇다면 금연에 대해서는 잊어라. 그대는 금연할 필요가 없다. 그 대신 그 습관을 이해해야 할 것이다. 다음부터는 그 습관을 명상으로 삼아라."


그가 말했다.


"흡연을 명상으로 삼으라고요?"


"그렇다. 예로부터 선객(禪客)들은 차를 마시면서 그것을 명상으로 삼았다. 그러니 흡연도 훌륭한 명상이 될 수 있지 않겠는가?"


이 말을 듣고 그는 다소 흥분된 어조로 물었다. 


"무슨 말씀이십니까? 명상이라고요? 기다릴 수가 없으니 빨리 말씀해 주십시오."


나는 그에게 명상법을 일러 주었다.


"주머니에서 담배갑을 꺼낼 때 천천히 행동하라. 서두르지 말고 그것을 즐겨라. 동작 하나 하나를 의식하고 주의 깊게 행동하라. 완전히 자각한 상태에서 천천히 답배갑을 꺼내라. 그 다음에는 마찬가지 방법으로 천천히 담배 한 개피를 꺼내라. 서두르지 말라. 무의식적이고 기계적인 행동이 아니라 주의 깊게 서서히 행동하라. 그 다음에는 담배갑에 대고 담배를 탁탁 두드리면서 그 소리를 들어보라. 주전자에서 차가 끓기 시작했을 때 선객들이 그 소리와 향기를 음미하듯이. 그 다음에는 담배의 냄새와 그 아름다움을...."


"무슨 말씀입니까? 담배가 아름답다고요?"


"그렇다. 담배는 아름답다. 담배는 다른 것과 마찬가지로 신성한 것이다. 그 냄새를 맡아 보라. 그것은 신의 체취이다."


그는 다소 놀라는 표정을 지으며 "뭐라고요? 지금 농담하시는 겁니까?" 하고 말했다. 그러나 나는 농담을 하고 있는 것이 아니었다. 설령 농담을 한다 해도 나는 단순히 농담을 하는 것이 아니다. 나는 매우 진지한 사람이다.


"그 다음에는 담배를 입에 물고 불을 붙여라. 그 모든 행동을 자각하고 즐겨라. 행동 하나 하나를 되도록이면 작은 단위로 구분하여 나누어라. 그러면 더 주의 깊게 의식할 수 있을 것이다. 이제 담배를 빨아 보라. 그대는 담배 연기라는 형태로 나타난 신을 빨아들이고 있는 것이다. 힌두 교인들은 아남 브람(Anam Brahm), 즉 '음식은 신이다'라고 말한다. 그렇다면 담배 연기는 왜 아니겠는가? 모든 것이 신이다. 그대의 허파를 연기로 가득 채워 보라. 이것이 프라나야마(pranayama), 요가의 호흡법이다. 나는 새로운 시대에 맞는 수행법을 제시하고 있는 것이다! 연기를 길게 내뿜은 다음에는 잠시 쉬다가 다시 담배를 빨아라. 이 과정을 아주 천천히 해 보라. 이렇게 계속 해보면 그대는 얼마 지나지 않아 이런 행위가 얼마나 어리석은 것인지 깨닫게 될 것이다. 다른 사람들이 그것을 어리석고 나쁜 습관이라고 말했기 때문이 아니라, 그대가 직접 자각하게 될 것이다. 그 자각은 단순히 지적인 것이 아니다. 그것은 그대의 존재 전체로부터 나온다. 즉, 그대의 전체성으로부터 하나의 앎이 태어난 것이다. 그러다가 어느날 담배를 끊게 되면 끊고, 계속 피우게 되면 계속 피우는 것이다. 그러니 담배에 대해 걱정할 필요가 없다."


몇 달 후 그가 다시 찾아왔다.


"이제 담배를 끊었습니다."


내가 말했다.


"그렇다면 이제는 다른 것들에 대해서도 그 방법을 시도해 보라."


걸음을 걸을 때는 천천히, 주의 깊게 걸어 보라. 볼 때에는 주의 깊게 보아라. 그러면 나무는 예전에 보았던 것보다 더 푸르게 빛날 것이며, 장미는 예전보다 더 장미답게 보일 것이다. 누군가 말을 하고 있을 때에는 귀를 기울여 들어라. 주의 깊게 들어라. 그대가 말을 하고 있을 때에는 자신의 말을 주의 깊게 자각한 상태에서 말하라. 그대의 모든 행동이 기계적인 패턴에 따라 일어나지 않게 하라.




- 오쇼, <명상, 처음이자 마지막 자유>에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