망상피우기

고통의 원인 – 몸

파라리아 2009. 9. 3. 22:38

노자(老子)몸이 있기 때문에 괴로움이 있다고 했다. 사실 인간이 살면서 겪는 모든 고통은 바로 몸이 그 원인이다. 몸이 있기 때문에 먹지 못하면 배고픔의 고통을 느껴야 하고, 몸이 있기 때문에 추위의 고통을 맛보아야 한다. 몸이 있기 때문에 넘어져 뼈가 부러지거나 중병에 걸리면 극심한 고통이 있다. 부처가 말하는 생노병사(生老病死)의 네가지 고통(四苦)이 결국 몸이 겪어야만 하는 고통이 아니겠는가.

 

또한 몸이 있기 때문에 누군가 나의 몸에 고통을 가할 수 있다. 아무리 고통을 피하려고 발버둥쳐 봐도 뜻하지 않은 누군가가 나의 몸에 고통을 줄 것이다. 내가 아무리 착하게 살고 남에게 피해를 주지 않는다 해도, 누군가는 나를 끌어내서 어떻게든 고통을 받는 상황에 처하게 만들 것이다. 전쟁에 끌고 갈 수도 있고, 시키는 대로 하지 않는다고 견디기 어려운 고문을 할 수도 있다. 이 모두가 나의 몸이 있기 때문에 받을 수 밖에 없는 고통이다.

 

육체는 인간이 지니고 있는 가장 커다란 제약이다. 그리고 인간이 지니고 있는 가장 큰 허약함이기도 하다. 아무리 뛰어난 인물도 그 존재 자체가 육체에 전적으로 의지하고 있기 때문에 너무나 쉽게 무너져 버릴 수 있다. 천하무적일 것 같은 관우 장비도 오직 한 몸이기 때문에 결국 포위되어 죽임을 당할 수 밖에 없었다. 간디나 김구 선생처럼 위대한 정신적 지도자도 암살자의 총 한방에 너무나 쉽게 주저앉아 이 세상에서 사라지고 말았다. 육체란 너무나 나약하고 큰 제약인 것이다.

 

결국 인간이 이 세상에 태어났다는 것 자체가 몸을 지니게 되었다는 것을 의미하고, 몸을 지니게 되었다는 것은 우리가 숙명적으로 고통으로부터 벗어날 수 없음을 의미한다. 고통은 결코 피할 수가 없는 것이다. 그리고 만일 불교와 같이 고통으로부터 해탈할 수 있다고 말하는 종교가 있다면, 그것은 어떻게든지 이 육체의 속박이라는 문제와 연관되어 있을 수 밖에 없다. 말하자면 고통으로부터의 해방이라는 것은 어떤 방식으로든 육체로부터의 해방을 의미할 수 밖에 없다는 것이다. 왜냐하면 고통이라는 말 자체가 이미 육체를 전제로 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2002-03-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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