망상피우기

일장춘몽(一場春夢)

파라리아 2009. 9. 3. 22:45

 

삶이란 정말 하나의 꿈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든다. 아니 이것이 실재라 해도 모든 것은 지나고 나면 결국 꿈과 같은 것일 뿐이다. 그래서 일장춘몽(一場春夢)이라는 말이 생겼는지도 모른다. 어떤 조건을 갖고 태어났건, 어떤 지위를 얻고, 얼마나 부유했건 지나고 나면 결국 똑같다. 어떤 인간이든 결국에 남는 것은 자신의 몸뚱아리 하나 뿐이다. 그리고 그 몸뚱아리마저 사실 자신의 것이 아니다. 죽음이 앗아가 버리기 때문이다.

 

나는 부자들을 부러워해 본 적이 없다. 그들을 우러러보거나 존경해 본 적도 없다. 또한 사회에서 높은 지위를 차지한 사람들에 대해서도 마찬가지다. 그런 것들은 큰 가치가 없음을 이미 알기 때문이다. 돈과 권력은 생길 수도 있고 안 생길 수도 있다. 타고난 운이 좋다면 많이 생길 것이고, 아니라면 아무리 발버둥쳐 봐도 생길 수가 없다. 한 인간에게 가치를 부여하는 것은 돈이나 권력이 아니다.

 

나는 진실에 대한 통찰력이 있는 사람에게 가치를 부여한다. 그저 흘러가는 대로 살고, 이 사회에서 힘이 생기면 거만해지고 힘이 약하면 불평과 자기 한탄이나 하는 그런 인간이 아니라, 자기자신의 한계와 자신이 어떻게 살아가야 할지를 냉철한 통찰력으로 바라볼 줄 아는 인간을 나는 존경한다. 사회가 개인에게 주는 힘은 임의적인 것이다. 그것은 돈일 수도 있고, 조직에서의 어떤 지위일 수도 있다. 그리고 사회는 언제든지 개인에게 준 힘을 거둬들일 수 있다. 부와 권력으로 세인들의 부러움을 사던 한 사람이, 만일 하루 아침에 그 모든 것을 잃어버린다면 그래도 그는 행복할 수 있을까? 만일 그 사람에게 자신이 가졌던 부와 권력 없이는 사람들에게 아무런 영향력을 행사할 수 없다면 그는 사실 아무것도 아니었던 것이다. 그 사람 자신은 아무것도 아니었던 사람이다. 단지 호가호위(狐假虎威)의 고사처럼 다른 물건에 기대어 힘을 행사한 사람일 뿐이다. 나는 이런 사람을 가리켜 빈깡통과 같은 인간이라고 부른다.

 

나는 회사라는 곳에서 수많은 어리석은 인간들은 보아 왔다. 진리에 대한 관심은 조금도 남아 있지 않은, 관심사는 오로지 돈과 가족뿐인 사람들을. 그들은 자신이 삶에 대해 많은 것을 알고 있다고 믿고 있다. 그리고 아랫사람에게 조언한다. 결혼은 언제 해야 하는지, 아이는 언제 가져야 하는지, 직장 생활은 어떻게 해야 하는지를. 그러나 그들중 어느 누구도  왜 결혼을 해야 하는지, 왜 아이를 가져야 하는지, 직장 생활의 의미가 무엇인지를 이야기하는 사람은 없었다. 회사원들이란 철저하게 사회의 관습을 따라가는 로보트들이다. 그들에게 관습과 상식으로부터의 일탈이란 상상할 수도 기대할 수도 없다. 그들은 사회에서의 안정을 택하였고, 그 댓가로 사고와 행동의 자유를 반납했다. 그들의 기쁨이란 자신이 벌어온 돈으로 행복하게 살아가는 가족의 모습을 보는 것이고, 때때로 술과 골프를 즐기며 자신의 안정된 지위를 재확인하는 것이다.

 

나는 이 모든 것이 꿈이라고 말한다. 다들 자신의 미래가 보장되지 못할 것을 두려워 하는데, 도대체 그 미래란 것이 어떤 모습일지 왜 지금부터 걱정한단 말인가. 미래란 결코 보장될 수 없는 것이다. 미래에 어떤 불행이 다가올지, 어떤 행운이 다가올지 아무도 모른다. 나는 안정을 바라던 많은 사람들이 결국 뜻하지 않은 불운을 맞아야 하는 경우를 많이 보았다. 이 세상 속에서는 안정이란 찾을 수 없는 것이다. 아니, 정확히 말하자면 이 세상 속에는 안정과 불안정이 공존한다. 그렇기 때문에 지속적인 안정이란 없는 것이고, 따라서 근본적으로 불안정하다고 말하는 것이다.

 

자꾸만 외부적인 것에 가치를 두면 결국 실패하고 만다. 이 세계는 근본적으로 가치란 것이 존재하는 세계가 아니다. 가치란 것은, 선과 악, 옳고 그름이라는 것은 애시당초 절대적인 기준이라는 것이 존재하지 않는다. 이 세계는 몰가치의 세계이고, 가치를 만들어 내는 것은 결국 사회이고 인간이고, 정치권력일 뿐이다. 그러나 외부세계 전체는 가치들로 지어진 집과 같은 것이며, 이 꿈과 같은 집 안에서 살고 있는 개인들은 나름대로 잘 살아가고 있다고 믿고 있을 뿐이다. 그러나 이 모든 것이 거짓이다!  이 사회에서 나는 그저 꼭두각시에 지나지 않는 것이다. 이 거대한 꿈을 유지해 나가기 위해서, 이 꿈의 일원으로 충실히 살아가야 하는 것이다.

 

그러니 한번 눈을 감고 잘 생각해 보자. 과연 외부의 이 모든 것들이, 나를 둘러싼 이 모든 것들이 진정 의미가 있단 말인가. 모두들 꿈을 꾸고 있는 사람들 속에서, 무의식적이고 마약을 맞은 것처럼 흐리멍덩한 사람들 속에서 일원이 되어 순종하며 사는 것이 의미가 있단 말인가. 그들은 내가 안정을 선택하기를 원하고 있다. 그들은 내가 진리를 추구하는 것을 절대적으로 반대하며, 내가 평범한 사람처럼 안정된 직장을 갖고, 예쁘고 착한 여자와 결혼하며, 아이들을 낳아 행복한 가정을 꾸리며 살기를 원한다. 안정을 좋아하는 사람들에게 진리 추구란 위험한 것처럼 보인다. 왜냐하면 진리는 내가 이 사회의 속박으로부터 자유롭게 만들 것이기 때문이다. 그들은 내가 자신들처럼 이 사회의 일원으로 남아주기를 바란다. 그들은 평범하지 않은 한 인간이, 자유로운 한 인간이 생겨나는 것을 원하지 않는 것이다. 그렇지만 나는 결코 타협하지 않을 것이다.

 

애시당초 안정이란 없다. 내 나이가 40이 되고, 50이 된다 해도 나는 똑같은 나일 것이다. 바뀌는 것은 나의 육체뿐이다. 그리고 애시당초 나는 나라고 하는 한 개체가 그렇게 중요한 존재로 여겨지지 않는다는 사실을 알고 있다. 나 하나쯤 사라진다고 눈 하나 꿈쩍할 세상이 아니다. 그러니 왜 나 하나의 삶이 안정을 갖는데 그렇게 신경을 쓴단 말인가. 나는 이 세상에서 많은 것을 포기할 각오가 충분히 되어 있다. 나의 유일한 바램은 내가 진리를 발견할 때까지 죽음이 나를 찾아 오지 않는 것이다. 내가 진리를 추구할 힘만 유지할 수 있다면 나는 더이상 바랄 것이 없다. 죽음 자체가 두려운 것이 아니라, 내가 진리를 모르고 죽는 것이 두려울 뿐이다.

 

 

(2002-05-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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