망상피우기

Truth is out there

파라리아 2009. 9. 3. 22:55

예전에 연재하던 <X파일>이란 드라마에서 항상 나오는 말이 있었다.

 

Truth is out there.

 

진실은 저 밖에 있다. 나는 이 말을 아주 좋아한다. 원래 이 말은 그 드라마 상에서
일어나는 이상한 현상의 원인이 주로 외계인인 데서 유래한 것이다. 그러나 나는 이 말이
굳이 외계인 같은 것을 상정하지 않아도 우리의 일상적인 삶에 있어 언제나 유효하게
적용될 수 있는 말이라고 생각한다. 그만큼 우리는 우리의 삶을 둘러싸고 있는 너무나
많은 것들을 당연한 것으로 여기며 살고 있기 때문이다.

 

한가지 예를 들어 보자. 대부분의 사람들은 나이가 차면 반드시 결혼을 해야 하는 것으로
믿고 있다. 나는 이 명제에 대해서 의문을 갖는 사람을 거의 보지 못했다. 그러나
스스로에게 한번 물어보자. 과연 결혼은 할만한 것인가. 나는 왜 결혼을 하려고 하는가.
이에 대한 진지한 성찰은 반드시 필요하다. 왜냐하면 결혼이란 것은 서로 다른 두 남녀가
한 집에서 죽을 때까지 붙어 산다는 약속이기 때문이다. 나는 기본적으로 이런 일은
많은 남녀에게 있어서 매우 지키기 어려운 일이라고 생각한다. 실제로 결혼제도는 갈수록
명백한 폐해들을 낳고 있다. 현재 이혼률은 거의 50%에 육박하고 있다는 통계가 그 증거이다.
결혼을 하는 것은 개인의 결정이지만, 중요한 것은 결혼이 자신에게 무엇을 의미하는지
미리 알아야 하며, 스스로 마음의 각오를 하고 결혼해야 이혼할 확률이 그만큼 적어질 것이다.
그리고 만약 자신이 없다면 스스로 결혼을 포기할 용기도 있어야 한다. 이 모든 성찰은
바로 결혼이라는 매우 당연해 보이는 것을 의심함으로써 시작될 수 있으며, 이러한
성찰이야말로 허상이 아닌 진실을 찾는 스타트점이 된다.


둘째, 죽음에 대해 생각해 보자. 사람들은 모두 죽는 것을 두려워 한다. 이것은 죽음 자체가
두려워서일까? 죽은 이후에 어떻게 되길래 죽음을 두려워 하는 것인가. 만일 인간이 죽은 후에
지옥으로 가는 것이 확실하다면 죽음은 두려워 할 만하다. 그러나 아무도 인간이 죽은 후에
어떻게 되는지 알지 못한다. 죽은 후에 그냥 내가 사라져 버릴 수도 있고, 아니면 생전에
행한 선악에 따라 천당 혹은 지옥에 갈지도 모르고, 그것도 아니면 다시 이 세상에 다른 몸으로
환생할 수도 있다. 그것은 자기가 실제로 죽어보기 전에는 모른다. 혹시 누가 알겠는가,
죽은 후의 세상이 지금 이 세상보다 더 살기 좋은 곳일지... 따라서 죽음에 대한 우리의
두려움은 기실 삶에 대한 미련에서 발생하는 것이지 죽음 자체 때문은 아니다. 다시 말하면
우리는 삶을 잃어버리고 싶지 않은 것이다. 사랑하는 사람들과, 자신이 이루어 놓은 지위와 부,
그리고 이 아름다운 자연과 문명의 이기들을 떠나고 싶지 않기 때문에 죽음을 두려워 한다.
죽음 자체는 어쩌면 축복일 수도 있다.  실제로 <장자>라는 책에서 장자는 자신의 어머니가
돌아가셨을 때 북을 치며 노래를 불렀다는 일화가 있다. 자신의 어머니는 이제 고달픈 삶에서
벗어나 원래 그가 나온 근원으로 돌아갔기 때문에 축복할 만한 일이라는 것이다. 이런 태도가
도덕적으로 옳으냐 아니냐를 떠나 죽음에 대한 상식적인 견해에 의문을 제기한 것은 매우
의미있는 일이다.

 

이처럼 우리가 의심을 품어볼만한 일들은 아주 많다. 그리고 그것은 의심을 위한 의심이 아니라
정말 진실이 무엇인가를 발견하기 위한 "방법적 의심"이다. 데카르트가 썼던 방법적 회의처럼
말이다. 적어도 거짓 속에서 살아가지 않기 위해서는 이런 의심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나는
믿고 있다.

 

Truth is Out There.

 

 

(2003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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