망상피우기

세상과 삶을 탐구하는 올바른 방식에 대하여

파라리아 2009. 9. 3. 23:03

세상과 삶을 탐구하는 올바른 방식에 대하여

- 지식은 귀납적으로 얻어진다

 

우리가 이 세상과 삶을 탐구하는 올바른 방식은 언제나 '사실'에서 출발하는 것이다. 사실이란 무엇인가. 사실이란 우리에게 있어 명확한 것들, 우리가 이해할 수 있는 것들, 곧 현상(現象)이다. 이미 우리는 너무나 많은 근거 없는 가정(假定)들을 하고 있는데, 이와 같은 가정들이 우리가 올바른 사고를 하는 것을 방해한다.


예를 들면 신(神, God)이라는 개념은 하나의 가정이지 사실이 아니다. 신의 존재에 대한 수많은 문헌들과 그 존재 증명에도 불구하고, 신은 여전히 우리에게 알려지지 않는다. 많은 기독교 신자들이 믿고 있는 것처럼 성서에서 신을 이야기하고 있다는 것이 신에 대한 존재를 입증하지는 않는다. 믿을 수 없는 신화(神話)는 얼마든지 많기 때문이다. 여호와의 존재가 사실이라면 왜 제우스는 사실이 아닌가. 또한 신에 대한 여러 존재 증명들, 예컨대 이 세계의 놀라운 조화는 절대자를 상정하지 않고는 설명할 수 없다든가 하는 논증들 또한 신이 정말로 존재하는지에 대한 확실한 증거가 되지 못한다.


신에 대한 가정 이외에도 예를 들면 주역에서 말하는 음양(陰陽), 오행설(五行說) 같은 것도 대표적인 가정의 사례이다. 이 세계가 음양오행으로 이루어져 있다는 것은 전혀 사실적 근거를 갖지 못하는 것이다. 단순히 이 세상에 남자와 여자가 존재하고, 밤과 낮이 존재하는 등 상대적인 것들로 이루어진 사물이 존재한다는 것으로 어떻게 이 존재계 전체를 음양이론으로 설명할 수 있겠는가. 그것은 지나친 논리의 비약이다.


우리가 <엄밀한 사실>로부터 출발해야 한다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 왜냐하면 기존의 사상이 이루어 놓은 많은 것들이, 사실로부터 나오지 않은 가정에서 출발하여 많은 지식들을 연역적으로 도출해내고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 연역의 전제가 되는 최초의 가정들은 대개 역사와 권위에 의해 그 확실성이 보장된다. 수천년 동안 논의가 전개되어 왔지만 아무도 그 전제에 대해 의문을 제기하지 않는 것이다. 그러면 그러한 가정에 기초하는 모든 방대한 지식 체계가 실은 껍데기에 불과한 것이 되고 만다. 왜 안 그렇겠는가. 그것들은 단지 지적인 유희, 또는 언어적인 유희에 불과한 것이지 결코 진정한 지식은 아니라는 것이다.


연역적 지식이란 하나의 미신에 지나지 않는다. 연역적 지식이 성립하려면 최초의 전제가 되는 지식은 의심할 바 없이 확실해야 하는데 그런 지식이란 현실세계에서 존재하지 않기 때문이다. 모든 지식은 근본적으로 귀납적이다. 다시 말해 구체적인 사실과 현상에 기반을 두고 있다는 것이다. 물론 가설(假設, hypothesis)은 필요하다. 다만 그것이 증명되기 전에는 가설일 뿐임을 모두가 인정하는 범위 내에서 말이다.

 

(2003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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