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혜는 지식이 아니지만 일견 비슷한 면이 있다. 지식이 지혜인 척 가장하면 둘은 비슷하게 보이는 것이다. 하지만 지식과 지혜는 정반대다. 항상 외부에서 빌려 오는 게 지식이다. 그래서 지식은 진리와 거리가 멀 수밖에 없다.
지혜는 그대 안에서 떠오른다. 지혜는 그대 안에서 피어난 꽃이요 향기다. 스스로 깨우치고 터득한 것이다. 지혜 속에서 그대는 밝아진다. 지혜 속에서 그대의 현존이 드러난다. 그대는 중심에 뿌리를 내린다. 그리고 여럿으로 나뉘었던 부분들이 하나로 통합된다.
지혜는 존재의 혁명이다. 그에 반해 지식은 쓰레기다. 그대는 지식을 주워 모으지만 그 지식이 그대를 바꿔 놓지 못한다. 그대는 여전히 똑같은 그대이다. 물론 여기저기 치장을 하고 예쁜 가면을 쓰기도 하지만 그대 자신의 얼굴은 여전히 그대로다. 정보를 수집하여 지식을 쌓아 가지만 그대의 존재는 예전의 가난함을 면하지 못한다.
소피아(sophia)는 지혜를 뜻한다. 지혜는 내면의 가장 깊은 성소에서 나온다. 지혜는 결코 꾸어 올 수 없다. 지혜는 지식이나 정보와도 관계 없고 경전이나 교리, 사상과도 관계 없다. 지혜는 개인적이고 참된 체험이 되어야 한다. 그럴 때 그대는 존재를 알고 진리에 도달한다. 그것이 바로 소피아, 즉 지혜이다.
다른 사람의 체험을 되풀이하는 것은 지식의 일이다. 무의미하고 생명이 없는 궤변이다. 그렇게 지식으로 자신을 치장하면 에고가 강해질 수는 있어도 진리를 알 수는 없다.
소포스(sophos)의 의미가 변질되어 소피스트(sophist)가 되었다. 그건 추한 일이었다. 소피아가 변질되어 궤변이 되었다. 궤변은 순전히 논쟁을 위한 논쟁일 뿐이다. 진리에는 관심이 없다. 궤변은 논리적이고 이성적이며 언어적인 분석 행위지, 직관이나 체험이 아니다.
백날 추론하고 논쟁해서는 진리에 도달할 수 없다. 진리란 논리적 추론 과정으로 이끌어낼 수 있는 결론이 아니기 때문이다. 진리는 논리로 만드는 게 아니라 사랑으로 발견하는 것이다. 진리로 가는 길은 논리가 아니라 사랑인 것이다. 지혜가 사랑이라면 지식은 논리다.
논리가 ‘내가 진리로 가는 길이요 문이다’라고 거짓 주장할 때마다 세상에서 진리가 사라진다.
피타고라스는 새로운 말들을 만들어야 했고 또 그렇게 했다. 철학(philosophy)이란 말은 지혜의 사랑이란 뜻이지 지식의 사랑이란 뜻이 아니다. 이를 유념하라. 철학은 지혜의 사랑이다. 지식은 지능적이고 지혜는 직관적이다. 지식은 머리에서 나오고 지혜는 가슴에서 나온다. 그러므로 지혜는 논리가 아니라 사랑이며 계산이 아니라 순수이고 교활이 아니라 지성이다.
또한 피타고라스는 철학자라는 말도 만들었다. 철학자라는 말은 지혜의 벗이란 뜻이다. 타인과 논쟁을 시작하면 그대는 진리 자체보다는 자신의 에고에 더 많은 관심을 갖게 된다. 이를 관찰해 본 적이 있는가? 때로 자신의 주장에 문제가 있는 것을 발견해도 에고 때문에 인정하려 들지 않는다. 진리를 위해서가 아니라 자신의 의견을 위해서 논쟁한다. 상대의 주장이 틀렸기 때문에 상대를 논박하는 게 아니라 상대를 이겨야 하기 때문에 상대를 논박한다.
진리를 위해서가 아니라 자신의 에고를 위해서 논쟁하는 것, 이런 논쟁이 곧 궤변론자들의 하는 짓이다. 이는 참으로 추한 짓이다.
그대가 한 여인을 사랑한다 치자. 여인과의 사랑은 아름다운 경험이다. 남자와 여자의 사랑에는 깊은 진리가 있고 향기가 있으며 축복이 있다. 사랑은 더없이 놀라운 신비다. 하지만 매춘부에게 가는 일은 그것과 같은 경험이 아니다. 육체적으로 보면 같을지 몰라도 영적으로 보면 전혀 다른 체험이다. 매춘은 추한 것이요 사랑은 신성한 것이다. 철학은 사랑과 같으며 궤변은 매춘과 같다.
- Osho, <인생에 소중한 가르침을 준 스승과의 위대한 만남>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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