망상피우기

지식을 얻는 것과 삶을 이해하는 것

파라리아 2011. 8. 3. 13:38


현대사회는 수많은 지식을 공부할 것을 요구한다. 영어, 경제, 법학, 역사...  젊은이들은 대부분의 시간을 이런 과목들을 공부하는 데 보낸다. 사회도 젊은이들이 공부에 몰두하는 것을 높게 평가하고 가치를 부여한다. 열심히 공부하는 것은 미래를 위한 투자라고 말하면서. 


하지만 이 중 어떠한 과목들도 우리에게 삶이 무엇인지 가르쳐 주지는 못한다. 말하자면 어떻게 사는 것이 옳은 것인지 가르쳐 주지는 못한다는 것이다. 삶은 결코 지식으로서 이해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삶을 올바로 이해하기 위해서는 그 사람의 영적인 수준이 어느 정도 단계에 이르러야 한다. 우리는 자주 남보다 더 많은 뛰어난 지식을 갖고 있는 사람들이 삶의 이해나 태도 면에 있어서는 대단히 낮은 수준에 있는 것을 본다. 그 사람의 평소 생활 태도, 남을 대하는 태도 등을 볼 때에 진리와는 거리가 먼 것이다. 반면에 지식은 그렇게 많지 않아도 대단히 진실하고 진리에 가까운 사람들이 있다.


이 사회에서 살아가려면 여러 가지 지식을 배우고 능력을 쌓아야 한다는 것은 옳다. 영어도 열심히 공부해야 하고 좋은 대학에 들어가도 좋다. 하지만 그것뿐이라면 굉장히 위험한 상황이 초래되기 쉽다. 지식과 능력이 많아지면 많아질수록 자아가 더욱 더 강화될 것이기 때문이다. 자기가 남보다 뛰어나다는 생각은 아주 치명적인 독이다. 지식이란 허망한 것이고, 죽음과 더불어 사라져 버린다. 또한 지식이란 시대나 지역에 따라 상대적이다. 내가 모르는 것은 엄청나게 많다. 


삶에 대한 이해, 인간 관계에 대한 이해, 그리고 궁극적으로 나자신에 대한 이해의 수준이 향상되지 않는다면, 아무리 많은 지식이 있어도 별 가치가 없다. 나는 결코 지식을 인간 판단의 기준으로 삼지 않는다. 우리는 우리 자신이 주변환경과 결코 떨어져 있는 존재가 아니라는 사실을 이해해야 한다. 나자신만이 가장 존귀하다고 하는 에고적인 생각에서 벗어나지 않으면 안된다. 이 단순한 하나의 사실만이라도 제대로 이해하고 있다면 어떤 대철학자도 부럽지 않을 것이다. 


지식을 쌓는 것은 좋다. 그러나 더욱 중요한 것은 삶 자체와 삶을 사는 법을 이해하는 것이다. 그것은 결코 지식적으로는 이해할 수 없다. 매일매일의 사건들 속에서 늘 의식적으로 깨어있으면서 배우려는 자세를 갖지 않는다면 100년을 살아도 그 핵심을 발견하지 못할 수도 있다. 이러한 잘못은 지금도 수많은 사람들에게 일어나고 있다.



(1997년 1월 8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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