망상피우기

신의 존재에 관하여

파라리아 2011. 8. 3. 13:46



만일 신이 있다고 믿고, 우리가 생각할 수 있는 모든 최고의 속성들을 그 신이 가지고 있다고 믿는다면 우리가 그러한 신에 대해 더이상 무엇인가 말하는 것은 불필요한 일이 될 것이다. 왜냐하면 그 신은 전지전능하며 인간의 인식범위를 넘어서 있을 것이므로 인간은 어느 것 하나 신에 대해 정확히 알 수가 없을 것이기 때문이다. 단지 말할 수 있는 한가지는 ‘신은 우리가 생각할 수 있는 어떠한 것보다 더욱 위대하다.’ 라는 것 뿐이다. 


그러므로 신학(神學)이란 불필요한 것에 대한 헛된 노력에 불과하다. 신이 존재한다는 확신이 있다면 그것으로 충분하다. 너무나 확실한 것에 대해 왜 증명이 필요하단 말인가. 그러나 토마스 아퀴나스를 비롯한 수많은 신학자들이 신에 대해 글을 썼다. 그들은 신이 존재한다는 사실을 증명하려고 했는데, 이 사실은 바로 그들이 신의 존재에 대해 확신이 없다는 반증이기도 하다. 그들은 신이 있다고 믿는 것이 아니고, 신이 있다고 믿고 싶어 하는 것이다. 그래서 자신의 믿음을 어떻게든 합리화하기 위해 신의 존재 증명이라는 무리한 시도까지 하게 된다. 논리적인 결론은 그것이 무엇이든간에 언제나 반박논리를 생기게 한다. 신의 존재를 논리적으로 증명하면 그 논증은 쉽게 반박될 수 있다는 사실을 그들은 아는가?

  

나는 신이 있는지 없는지 모른다. 그러므로 나는 신에 대해 언급하고 싶지 않다. 나는 진리를 탐구하는 데 있어서 단지 ‘사실’ 들로부터 출발하고 싶을 뿐이다. 낭만적인 형이상학적 논의는 쉽게 우리를 편견에 빠지게 할 뿐이다.



(1997년 1월 25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