망상피우기

언어와 시간을 초월한 진리

파라리아 2011. 8. 3. 13:42


진리란 무엇인가? 진리란 존재를 있게 하고, 존재를 유지하는 힘일 것이다. 인간이 죽음의 문제와 창조의 문제를 깊이 인식하는 한 진리의 문제는 피할 수가 없다. 세상에는 많은 가르침이 있다. 종교적인 가르침들이 있고, 철학적인 가르침들이 있다. 그리고 각 가르침들은 저마다의 진리를 내세운다. 기독교와 이슬람교는 절대적인 유일신을 내세우고, 불교는 불성(佛性)과 공(空)을 말한다. 또 대부분에 있어 자기들의 가르침이 유일한 진리라고 주장한다. 각 종교들은 자신들이야말로 진리의 수호자이며 정통이라고 하고 다른 종교를 믿는 자들은 이단이며 이교도라고 말한다. 이렇게 세상에 난무해 있는 수많은 ‘진리’의 남발은 너무 복잡하고 애매해서, 진실로 진리를 찾고자 하는 구도자에게 있어 더없는 혼란을 가져다 준다. 그러므로 진정한 진리의 올바른 길을 찾기 위해서는 여러 가지 위험한 길들을 피해야 하는 일이 너무나 중요한데, 그러면 우리가 찾고자 하는 진리는 어떤 성질을 갖고 있을 것인지에 대한 나의 생각을 말하고자 한다. 


진리는 이 지구상의 모든 인류가 사라져도 존재할 그 무엇이다. 이것은 아주 중요한 점인데, 이것이 의미하는 바는 진리는 인간의 언어와는 아무런 상관이 없다는 것이다. 태초의 지구의 모습을 상상해보라. 원시적인 지구의 모습을. 거기엔 어떠한 지적인 생물체도 없었을 것이다. 그럼에도 계속적인 창조가 있고, 진화가 있으며, 존재를 유지하는 힘이 있었을 것이다. 이 힘은 실제로 어떠한 언어적 표현도 불가능하다. 왜냐하면 그 힘은 어떠한 이름도 갖고 있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인간이 없다면 어느 곳에 언어가 존재하겠는가. 이 세상은 절대로 말을 하지 않는다. 오직 계속적인 ‘현상’ 만이 이어질 뿐이다. 말을 하는 것은 오직 인간 뿐이다. 그와 같이 존재를 탄생시키고 유지하는 그 힘이 이 순간에도 인간의 존재를 낳고 유지시키는 바로 그 똑같은 힘일 것이다. 인간도 여타의 것들과 같은 존재라는 점에서는 다를 바 없기 때문이다. 우리가 찾고자 하는 진리는 이와 같이 언어적 표현을 떠난 원초적이고 본질적인 진리이다. 그 진리는 지구상의 인류가 모두 사라지고, 이 지구라는 별조차 사라진다 해도 여전히 존재할 그 무엇이다. 


그러므로 우리는 진리를 인간의 기준에서 판단하려는 모든 시도를 중지해야 할 것이다. ‘인간중심주의’ 라는 말이 있는데, 이것은 대단히 건방진 말이다. 모든 것에 있어 인간을 중심으로 삼는 태도가 가져온 피해는 엄청나다. 어떻게 인간이 세상의 중심이 될 수 있는가. ‘인간 중심주의’는 ‘존재중심주의’로 바뀌어야 한다. 인간은 인간 스스로 자신의 존재를 유지할 수는 없다.



(1997년 1월 10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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