망상피우기

자본주의 사회에서의 일자리에 대하여

파라리아 2013. 10. 16. 20:29


흔히 자본주의 사회에서는 사람들이 자신이 하고 싶은 일을 선택할 수 있는 자유가 있다고 말한다. 하지만 정말 그런가? 내가 회사에서 했던 일은 내가 결코 좋아하지도 않고 관심도 없는 일이었다. 내가 정말 좋아하는 일은 철학과 종교와 관련된 일이었다. 그러나 나는 왜 회사에서 그렇게 좋아하지도 않는 일을 해야 했는가? 돈 때문이다. 자본주의 사회에서는 돈을 가져야만 먹고 살 수 있는 구조이다. 기본적인 사회보장이 잘 되어 있지 않기 때문이다. 또한 자본주의 사회에서는 인간의 가치가 얼마나 돈을 만들어 낼 수 있는가로 결정된다. 한 인간의 재능도 그 재능 자체로는 가치를 인정받지 못하며, 그 재능이 얼마나 돈벌이가 될 수 있는가가 중요할 뿐이다. 하나부터 열까지 돈 돈 돈을 외치는 사회가 바로 자본주의 사회다. 따라서 별로 돈벌이가 되지 않는 관심과 재능을 가진 사람들은 자기가 좋아하는 일에 매진하며 살 수가 없게 되어 있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자신의 관심사와 달리 회사라는 곳에 들어가 영업, 마케팅, 기획, 회계 등 비즈니스와 관련된 업무를 하며 하루의 대부분을 보낸다. 그리고 한 번 회사라는 곳에 발을 들여놓으면 다달이 들어오는 월급 때문에 결코 회사를 그만 둘 수 없는 구조로 되어 있다. 


   여기서 가장 중요한 문제가 제기된다. 평생 자신이 진정 하고 싶은 일이 아닌 일을 하며 사는 사람이 과연 행복할 수 있는가? 음악 에 재능이 있는 사람이, 명상에 관심이 있는 사람이 아침 9시부터 밤 9시까지 매출 숫자를 들여다보고 있다면 그 사람의 삶이 행복할 수 있을까? 하지만 이것은 실제로 일어나고 있는 일이다. 자본주의 사회에서는 오로지 돈만이 최고의 가치이기 때문이다. 돈을 벌어들이는 재능이 없는 인간은 무능하고 쓸모없는 인간으로 낙인찍힌다. 그러나 그런 인간은 정말 쓸모없는 잉여 인간인가? 그렇지 않다. 모든 인간은 그 자체로 의미를 지닌다. 들에 핀 꽃 한 송이가 쓸모없는가? 존재는 그냥 그 자체로 의미를 지니는 것이다. 하지만 자본주의적 사고방식에 물들어 있는 사람은 그 꽃 한 송이를 팔아 돈으로 바꿀 수 없다면 아무런 가치도 의미도 없다고 생각할 것이다. 이런 자본주의적 사고방식에 자신도 모르게 젖어 있는 사람들은 아주 많다. 이들은 존재를 오로지 돈의 관점에서 보는 데에 익숙해져서 존재의 아름다움을 보지 못한다. 눈이 먼 것이다.


   고용을 늘리고 실업률을 줄이면 국가의 할 일을 다하는 것처럼 생각하는 것도 잘못되었다. 물론 일자리를 늘리는 것은 칭찬할 만한 일이다. 하지만 과연 어떤 일자리를 늘렸는가가 더 중요하다. 과연 사람들의 행복을 증진할 수 있는 방향으로 일자리가 늘어났는가. 대부분의 일자리라고 하는 것은 단순하고 지루한 생산과 판매의 일이다.


   나는 국가가 모든 국민들의 가장 기본적인 의식주를 해결할 수 있도록 사회 보장 시스템을 갖춰야 한다고 생각한다. 설령 일을 하지 않는다고 해도 굶는다거나, 잠잘 집이 없다거나 하는 일이 생기지 않도록 말이다. 그래서 사람들이 의식주의 생계를 걱정하지 않는 상황이 되어야 정말 자신이 하고 싶은 일을 찾아 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된다. 사람들이 자기가 관심 있고 잘 할 수 있는 일들을 하게 되면 개인적으로도 행복한 삶이 될 것이고, 사회 전체적으로도 풍요로워질 것이다. 왜냐하면 자신의 재능을 발휘할 수 있는 분야에서는 창의력이 극도로 높아지기 때문이다. 그러면 새로운 창조적 문화들이 쏟아져 나와 전반적으로 그 사회의 문명의 수준을 높이게 될 것이다.


   어쨌든 뭔가 월급을 받을 수 있는 일자리를 창출했고, 그래서 실업률이 낮아졌기 때문에 정부가 할 일을 다한 것이고 국민의 행복도가 높아졌다고 단정해서는 안 된다. 더 나은 사회에서는 단지 실업률이 낮아졌기 때문에 국민이 행복하다고 말하지 않는다. 왜냐하면 일자리가 있다는 것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어떤 일을 하고 있느냐가 더 중요하기 때문이다. 더 나은 사회에서는 각 개인들이 자신이 정말 행복할 수 있는 일을 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는 것에 더 신경을 쓸 것이다. 먹고 사는 일이 해결된다면 사람들은 분명 각자 좋아하는 일들을 할 것이다. 그리고 그렇게 자신이 좋아하는 일을 찾아서 할 수 있도록 교육 등을 통해 도와주는 것도 국가의 역할이 될 것이다. 그런 사회야말로 진정한 유토피아가 아닌가. 자본주의는 결코 인간을 행복하게 할 수 있는 시스템이 아니다.


- 2010년 10월 10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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