망상피우기

비트겐슈타인의 경고 - 철학교수가 되는 것에 대하여

파라리아 2009. 5. 19. 11:15

레이 몽크가 지은『루드비히 비트겐슈타인 - 천재의 의무』제 2권에는 다음과 같은 구절이 있다. 철학 교수가 되려는 그의 학생 말콤에게 비트겐슈타인은 전문적 철학자가 되는 것 말고 다른 직업을 찾으라고 계속 말했다. 말콤은 하버드 대학의 박사과정에 있는 학생이었고, 잠시 영국 케임브리지에 와서 비트겐슈타인의 강의를 듣고 있었다. 다음은 말콤이 하버드로 돌아가 박사학위를 받은 것에 대해서 비트겐슈타인이 편지를 보낸 것이다.

비트겐슈타인은 말콤에게 계속 경고했다. 말콤이 박사 학위를 받은 것을 축하하면서, 그는 그에게 그것을 잘 이용할 것과 그 자신과 학생들을 속이지 말 것을 강하게 부탁했다. ‘왜냐하면 내가 아주 많이 틀리지 않는다면, 너는 그렇게 하도록 기대될 것이기 때문이다.’ 가르치는 일에 행운이 깃들기를 빌면서, 그는 다시 한번 말콤에게 그 자신을 속이려는 유혹이 아주 클 것이라고 강조했다. 오로지 기적에 의해서만 너는 철학을 가르칠 때 진지한 일을 할 수 있을 것이다. (p. 612)

나 역시 진정으로 철학적인 인간이 되려면 철학 교수가 되어서는 안된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비트겐슈타인이 말한 것처럼 철학이 직업이 되면 다른 사람이나 자기 자신을 속이려는 유혹에 빠질 가능성이 크다. 왜냐하면 전문가라는 명성이나 자부심 때문이다. 철학교수는 철학의 분야에서 뭔가 업적을 남길 것이 요구된다. 그러나 내가 알기로 철학은 업적을 남길 수 있는 그런 분야가 아니다. 철학은 끊임없이 진실해지려는 노력이다. 내가 철학교수가 된다 해도 무엇을 가르칠 수 있을까. 기껏해야 옛 철학자들이 남긴 책들을 강의할 수 있을 뿐이다. 진정한 철학은 오직 살아야만 한다. 철학을 배우는 것이 아니라(not to learn the philosophy) 철학을 사는 것(to live the philosophy)이 중요하다. 그 때에야 철학은 진정으로 실존적인 것이 되기 때문이다. 내가 아는 한, 실존적이지 않은 문제는 그다지 의미가 없다